2016

 

 

Philosophers in ancient Greece would create a platform of thought wherever they found places that people would gather together, and had fierce debates with each other. The term symposium that is currently used to refer to debates in the form of questions and answers on a specific theme while presenting respective views from different angles, has its origin from the ancient Greek term for 'convivial gathering.' The discussions would take place basically anywhere, not only at parties with guests but also at public baths. As the maxim 'Know thyself' of Socrates goes, the Greeks who had realized their own ignorance would have had the aspiration to overcome their state of ignorance. This had triggered their curiosity on human beings and the world, and on the essence of cosmos. It is amazing that despite the quantum leap in the fields of modern natural science and humanities, we still ponder on the same problems as these Greeks have. Even though we do not intend to bring the grandiose term of philosophy into the picture, any person living in the modern world would question oneself on the essence of life. Past or present, them or us, there is no difference. Painter Hyuk Kwon's art world reminds us of the ancient Greeks' attitude in that she would start from an organic reflection on the human essence, and expand her realm to the 'Cosmos.' Kwon has traced what would be left after the evaporation of all function and meaning, of all the objects and beings of the world in all different shapes and forms, when the countless organism and inorganic matter would be ripped off their form and color. Viewing her current exhibition from the perspective of 'dimension,' it starts from a dot which is the basic unit of formation, and expands itself to line, plane, and furthermore, onto an immaterial dimension which cannot exist materially, and embraces the universe. A dot is the beginning of all forms, the smallest formative element visible to the human eye. At this point, the series 'Energyscape' should be mentioned foremost since we are talking about the smallest unit comprising objects, the origin of all forms. Especially, one of the exhibits, 「Energyscape-flow 1401」 is a large-sized work; the 182 x 257 cm canvas is filled with dots that turn into geometric form. As the belief of cosmologists that the originating single point of the first condensed universe expanded at the state of high temperature and high density, and is in endless expansion since the Big Bang 15 billion years ago, dots are the symbol of the origin of everything and life for Hyuk Kwon. In this work, you would not find any intent of reproducing the object by the artist, but it is as if she creates a metaphor of the limitless cosmic expansion. All kinds of form emerge on the canvas, back to back, to be construed differently according to the viewers' experience and perception. In the series 「Energyscape-clump」 which explores deeper into the origin and essence of the universe, the images do not have specific forms that seem to reproduce a certain location or object. The geometric polyhedrons that float about on her canvas are depicting the landscape of space. As planets are afloat in the gravity-free state, these polyhedron images look like they are about to be vacuumed into the vast space. The artist has long maintained her reductionist attitude treating pure geometric figures as tools, through her numerous experiments and attempts. Especially, in 「Perception Code」, Kwon considers the circle, triangle, and square as the basic figures in geometry and as the fundamentally important concept in her work. In the same context, her series with the theme of water is also linked closely with her reductionist exploring method on the concept of origin and essence. The biggest interest of cosmologists is to find water or trace of water on an alien planet. Because the clue to the origin of life and space would be water. It is simultaneously the origin of life and the source of energy. Kwon creates water on the canvas by painting the form of dot and the materiality of water. In 「Water, Wind and...」, the ever-flowing water and the momentary energy are captured by paint. She expresses in a rather narrative way with the pencil and charcoal drawing work 「Into the Space」. Through the repetition of circular form which reminds us of water drops, Kwon's expression of water feels meditative and noble. Recently, Kwon does not limit herself to drawing or painting, but uses thread as one of the main materials to create 2-dimensional work. The thread drawing series 「Phenomenon」 portrays the critical meaning she has attached to the thread as "the symbolic chain of energy which makes visible the invisible." As if drawing with a pencil, her stitches of thread link all the dots and create a symbolic circle that forms unlimited network of relations, which is the metaphor of conception of life. Even though this work may be irrelevant to the themes of feminist artists such as Louise Bourgeois, one cannot totally exclude the characteristic femininity as archetypal symbolism that the act of sewing implies. The talented weaver in Greek mythology, Arachne, had challenged Athena with her technique and was turned into a spider after making the goddess angry. If we remember that Arachne was the only human being who could defeat god completely by herself with no other than her skill, we can understand that the choice of material for her water drawing was dynamic thread so that she could express her unique method. The thread drawing without specific form is the picturesque reproduction of her unique energy. Whether Kwon has a pencil, paint brush or thread in her hands, her study of linear shape tends to portray certain flow and connection, and continued time. The universe endowed with time and space ever since the Big Bang, is expanding while being filled with hundreds of billion stars that are linked to each other. In this macrocosm, on Earth, the advent of the human. Strictly speaking, the time when the universe began to exist for humans is not since the Big Bang, but when we started actively asking questions on the fundamental fantasy, when we began perceiving the cosmos. After the first question, the human race is still hovering around the periphery of essence, despite remarkable scientific progress. Kwon tells us that the invisible which cannot be proved immediately, cannot be denied its existence even though our world looks the same everyday. Her endless love(philo) of knowledge(sophia), her philosophy is being discussed on her canvas. ■ SHINSAIM

 

 

권혁 개인전 Cosmos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어느 곳에서건 사유의 장을 열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다. 일정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질의 응답 형식의 토론회를 일컫는 오늘날의 심포지엄(symposium)도 바로 이 시대의 ‘향연’에서 유래했다. 손님을 접대하는 잔치 자리는 물론이요 심지어 공중 목욕탕에서도 사유와 토론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금언대로 무지 상태에 놓인 자기 자신을 알아차린 그리스인들에게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은 인간과 세계, 그리고 우주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현대의 자연 과학과 인문학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이 품었던 똑같은 문제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굳이 철학이라는 거창한 용어가 아니어도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이.

화가 권혁의 작업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유기적인 성찰에서 출발하여 그 범위를 ‘우주(Cosmos)’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자세를 상기시킨다. 제각각 변화무쌍하게 다른 양태를 하고 있는 세상의 만물 그 셀 수 없이 많은 유기체와 무기체들의 형태와 색채라는 껍데기를 벗겨내어 기능과 의미마저 증발시켜버린 후에 남게 될 그 무엇을, 권혁은 추적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을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조형의 기본 단위인 점에서 시작하여 선으로, 평면으로, 더 나아가서는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비물질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어 우주를 아우른다.   

점은 모든 형태의 시작이며 사람이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조형 요소이다.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이며 모든 형태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에너지스케이프’ 연작을 제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에너지스케이프-플로우1401 (Energyscape-flow 1401)>은 작가 권혁이 기하학적인 형태에 집중하며 온전히 점으로만 200호에 이르는 화폭을 가득 메운 대작이다. 초소형, 초고온, 초고밀도의 점으로 응축되어 있던 최초의 우주가 150억년 전 대폭발 이후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는 우주학자들의 믿음대로, 그에게 점은 모든 것의 시초이자 생명의 상징이다. 이 작품에서 대상을 재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마치 우주의 무한한 팽창을 은유하기라도 하듯 보는 이의 원체험과 인지 방식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다른 형태(gestalt)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면 위로 떠오른다.

우주의 근원과 본질로 한층 더 깊이 파고 들어간 <에너지스케이프-클럼프(Energyscape-clump)> 연작에서도 그가 작품 속에서 구현하는 이미지들은 어떤 장소를 배경으로 하거나 특정한 사물을 재현한 것 같은 구체적인 형상을 띠고 있지 않다. 그의 캔버스 안에서 떠도는 기하학적인 다면체들은 우주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행성들이 무중력 상태에 떠있듯 이 다면체의 형상들은 마치 우주의 광활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작가는 오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순수한 기하학적 도형을 도구 삼아 환원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특히 <퍼셉션 코드(Perception Code)>에서 작가는 원과 삼각형, 사각형 등 세 도형을 모든 도형의 기본이자 출발점으로서 수렴하여 작품의 중요한 기초 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물을 테마로 한 그의 연작 또한 근원과 본질에 천착한 권혁의 환원주의적인 탐구 방식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주 탐험 과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물이나 적어도 물이 존재했던 흔적을 외계 행성에서 찾는 일이다. 생명과 우주의 기원을 밝혀줄 단서가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인 동시에 에너지의 원천이다. 작가는 점의 형태와 물의 물성을 표현한 페인팅 작업을 통해 캔버스 위에 물을 창조해낸다. 그는 <워터, 윈드 그리고…(Water, Wind and...)>에서 머물러있거나 특정한 형태를 지닌 물질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과 그 찰나의 에너지를 물감이라는 재료로 포착한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연필과 목탄 드로잉 작품인 <인투 더 스페이스(Into the Space)>에서는 서사적으로 구현된다.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원형적 형태의 반복을 통해 표현된 권혁의 물은 명상적이며 숭고하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권혁은 드로잉과 페인팅에 머무르지 않고 실을 주재료로 평면 작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실 드로잉 연작 <페노미넌(Phenomenon)>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에너지의 상징적인 연결고리”로서 실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연필로 드로잉하듯 실로 땀땀이 그려낸 스티치들은 점의 연결이자 원의 상징으로 무한한 관계망을 형성하며 생명의 잉태를 은유한다. 물론 이 작품이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와 같은 페미니스트 화가들의 주제와는 무관하더라도 바느질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여성성이라는 원형적 상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베짜기 명인인 아라크네가 자신의 기술로 아테네에게 대적했다가 노여움을 사 거미가 되고 마는 이야기가 있다. 다른 도움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기술만으로 신을 이긴 유일한 인간이 아라크네임을 상기한다면, 작가 권혁에게 실은 물 드로잉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동적인 재료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 드로잉 작업은 특정 형태가 없이도 그녀만의 에너지가 회화적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권혁의 손에 쥐어진 것이 연필이건 물감이건 실이건 그의 선형(線形)에 대한 탐구는 어떤 흐름과 연결, 나아가 연속된 시간들을 나타내곤 한다. 빅뱅 이후에 시간과 공간이 생긴 우주는 이로 인해 수천억 개의 별을 담고 서로 연결되어 확장된다. 이런 대우주 안에 지구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된다. 엄밀히 인간에게 우주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빅뱅 이후가 아닌, 인간이 근원적인 공상에 대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면서부터이고 우주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 셈이다. 그 최초의 질문 후에 인류는 눈부신 과학적 발전을 이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질의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다. 매일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기에 새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우리의 세계와 오늘에 대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다고, 당장 증명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화가 권혁은 ‘지(sophia)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philo-)’인 필로소피(philosophy)를 화폭에서 논하고 있다.